퇴직 전 마지막 휴가를 쓰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게 벌써 일주일이 넘었다. 아직까지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퇴사 의사를 밝힌 후 회사분들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만남이 부쩍 잦아졌다. 시간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식사를 하다가, 커피를 마시다 보면 많은 분들이 요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한다. 처음 며칠은 잠만 잤고, 이제는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소소한 공부를 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신기하게도 비슷하다. "진심으로 부럽다"는 것.
모두가 아주 간단하게 얻을 수 있는 (퇴사를 통한) 여유임에도 불구하고 내 상황을 부러워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참 우습기도 하지만, 이는 어쨌든 회사를 그만둘 수가 없어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생계에 대한 걱정? 경력 단절? 사람마다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있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딘가에 소속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이 주는 두려움"이다.
우리 중 대부분은 학창시절부터 항상 어딘가에 소속되어 누군가가 나의 하루 스케줄이나 나의 의무를 정해주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시간표가 정해진 초-중-고등학교 시절을 거쳐, 대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듣고 필수 학점을 이수해야하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회사에 취업하고, 다시금 회사의 근무시간에 맞춰 챗바퀴돌듯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참 지루해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는 이 팍팍한 생활 방식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또 다른 자유를 부여한다. 고민으로부터의 자유다. 소속된 조직이 없으면 나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사람이 없다. 즉, 하루 24시간 동안 무얼 할지 혼자 고민하고 스스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어딘가에 묶여 살던 게 익숙한 나로서는 영 쉽지 않다.
내가 회사를 관두고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뭘 해야 하지?"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내가 하나에 꽂혀 몰두하는 능력이 부족하구나, 깨닫게 되기도 했다. 어쨌거나, 내가 후회 없는 휴식 기간을 보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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