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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DAY 001] 결심하다

  • 내가 글쓰기 능력이 그리 좋지는 못한 것 같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하는 게 맞겠다. 작은 생각의 파편들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데, 부유하는 그 덩어리들을 하나로 뭉개서 글로 표현하려고만 하면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파편 그대로 쓰려고 한다. 완성된 글이 아니라,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 회사를 나가려고 한다.
  •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무얼 했는지 알 수 없다. 무의미한 일들의 반복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있게 내 경력을 말할 자신이 없다. 없는 것을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올해로 스물 아홉이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면 지금이 마지막일 것이다. 당장의 밥벌이가 끊기고, 다시 제대로 벌어먹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황을 끊어내지 않는다면 그 시간만큼 내 인생을 더 낭비하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앞길에는 자신감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둘 모두 나 자신으로부터 비롯된다. 내가 믿는 나, 내가 믿지 못하는 나.
  • 내가 믿는 나 자신이 있다. 똑똑하다. 어떤 일을 맡아도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열정적이다. 욕심도 있다. 남들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 남들보다 잘나고 싶은 욕심.
  • 내가 믿지 못하는 나 자신이 있다. 내 인생을 낭비하는 시간이 아까워 이곳을 벗어났으면서도 더 극단적으로 내 인생을 낭비하게 될까봐 두렵다. 가만히 내 인생을 되돌아보면 내 삶은 노력하지 않는 삶이었다. 간간히 나에게 주어진 일에만 열심이었을 뿐이다. 내 길을 찾기 위해 발버둥쳐본 적은 없다. 노력 없이, 운 좋게 가지게 된 것만을 소비하면서 그렇게 시나브로... 지금 결과를 초래했다. 내가 살아온 모습을 송두리채 바꾸어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게 가장 두렵다. 나를 믿지 못하겠다.

  • 앞으로 이렇게 조금씩 내 글을 써내려가 보려고 한다. 어쩌면 매일, 적어도 매주. 그때그때의 생각을 엮어 책이라도 한 권 만들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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