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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DAY 006] 빚을 지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면서 주변 분들께 정말, 정말 고마운 일들이 많았다.

직속 상사로 같이 일했던 분께서 포지션을 추천해주셨다. 사실 그분과 함께 일을 하면서 마냥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진 못했다. 아무 일도 안하고 마냥 기다리는 게 너무 싫어서 내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먼저 집에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잘했던 동료로 인정해주시고, 주변에 많이 얘기해주신다는 걸 전해들었다. 주변에 비어있는 포지션이 있다며 권해주시기도 하고. 증권업계에 아쉬운 점이 있어서 퇴사를 했기 때문에 정말 감사한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응하지는 못했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고 따르던 누님께서도 좋은 포지션을 추천해주시기도 했다. 입사를 결정할 당시, 처음 보는 후배가 다짜고짜 찾아와 이것저것 물을 때, 한 치의 불편함도 없이 친절하게 맞아주셨던 선배였다. 바쁜 와중에도 카페에 앉아 오랜 시간 동안 내가 궁금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대답해주셨는데, 그 이후로도 운 좋게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매번 만나서 식사할 때마다 한 번을 빠짐 없이 밥을 사주시기도 했다. 주셨던 정성과 애정의 1%도 되돌려드리지 못한 느낌인데, 이번에도 또 챙겨주시는 점이 정말 고마웠다.

직접적으로 함께 일하진 않았지만 한 사무실에서 일했던 다른 애널리스트분의 도움도 받았다. 퇴사 의사를 회사에 통보한 후, 어디로 가려고 하냐는 물음에 컨설팅을 비롯해서 여러가지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씀드렸더니, 대뜸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있다며 추천 전형으로 지원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이 있거나, 내가 성의를 다해서 잘해드렸던 분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써주신 점이 정말 감사했다. 그동안 살갑게 굴지 않았던 점이 일면 죄송하기도 했고...

면접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만큼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입사 후 첫 프로젝트를 마친 후에 얻은 황금같은 휴가를 내 케이스 인터뷰 준비를 도와준 친구, 주말과 평일 점심에 짬을 내서 인터뷰 준비를 도와주고 내가 지원한 회사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봐줬던 형들, 업계 기초 스터디 자료가 필요하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료를 수소문해서 구해다준 전 직장 동기, 매번 점심 사주시면서 내가 궁금해했던 것들에 대해 대답해준 분들 모두 감사한 마음이다. 전 직장의 유관 부서에 일했던 분께서 갑자기 연락이 주셔서는 어떤 포지션이 났고, 잘 얘기해줄테니 한 번 지원해보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과분한 마음이다. 내가 이런 호의를 받을 자격과 실력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어쨌거나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더불어, 내 작은 행동이 정말 큰 무언가로 돌아오게 된다는 걸 깨닫게 됐다.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서 하고 매사 최선을 다해서 하는 내가 되길. 그리고 내가 도움을 받은 것처럼 다른 사람들에게도 많은 것들을 베풀고 사는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