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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DAY 008] 다시 취업이 결정되기까지 배운 것들

충격적이게도 2018년 6월에 쓰기 시작했던 글인데, 아직 완성짓지 못했다. 그냥 이대로 올리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새끼, 진짜 게을렀구나...



이직이 (거의) 확정됐다. 퇴사를 결심하기 전부터 이직이 결정되기까지 깨닫고 배운 것들이 많다. 그 중 몇 가지를 남겨볼 생각이다.


1) 나는 내가 보낸 시간을 증명해야 한다. 헛되이 보낸 시간을 꾸며내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전 직장에서 재직하던 시절, 레주메를 쓸 때마다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입사한지 1년이 되고, 2년이 됐는데 레주메에 당당하게 쓸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RA 신세였기 때문에 나만의 일을 해볼 기회가 크게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회사에서 나에게 큰 역할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기부여가 너무 부족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의 게으름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작다는 핑계로 있던 자리에 안주하려 했다. 주는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핑계로 정확히 내가 해야 하는 일만 했다. 회사에서는 내 개인적인 흥미를 만족시키기 위해 책을 읽었고,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그것도 어떤 의미에선 필요한 것이었지만, 내 경력을 증명해줄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회사로 옮겨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내 스스로를 되돌아봤다. 내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내가 무엇을 잘 알고 있는지를 고민해봤다. 잔기술만 늘었을 뿐, 자신있게 "이것만은 내가 존나 잘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 조직에 평생 몸담을 것이 아니라면 언젠가 다른 회사에 내 이력서를 넘기게 된다. 그리고 그때서야 노력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2) 자신감은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다

나는 자기객관화를 나름 잘 하는 부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자기객관화가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있다. 남에게 나를 보여주어야 할 때, 나를 증명해야만 할 때가 그렇다. 나를 잘 안다는 것은 나의 좋은 점은 물론이거니와 내 부족한 점까지 잘 안다는 뜻이다. 나는 내 단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에게 나를 보여줄 때마다 내 부족한 점이 보일까 노심초사했다. 있는 장점만 잘 포장해서 보여주여도 모자랄 판에 단점이 보일까 두려워하기만 했다.

이 지점에서 자신감이 매우 중요해진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큰 기회가 온다.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나보다 멍청하고 나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필요도 있다. 정말이다. 자신감을 가지면 안될 일도 된다. 어차피 나는 못해, 나는 안될거야 라고 마음먹는다고 바뀌는 건 없다.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것은 실패했을 때 "그래 어차피 더 열심히 했어도 안됐을 거야"라고 변명하면서 거절당한 데미지를 줄이는 게 고작이다. 자신감을 갖고 미친놈처럼 달려가면 주변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는 자신감 만큼 무언가 가지고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자신감은 정말 중요하다. 내 에너지, 아우라를 결정한다.


3) 인간관계는 정말로 중요하다

세상에는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생기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가장 많은 비용을 쓰는 선두주자는 바로 면접이다. 사실 회사가 모든 지원자의 실력과 인성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다면 면접이라는 과정은 필요조차 없다. 그냥 일 잘 하고 가장 잘 적응할 놈을 골라 뽑으면 된다. 그렇지만 다들 알다시피 세상이 말처럼 쉽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회사가 지원자의 진짜 모습과 속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회사는 지원자가 제출한 몇 장 짜리 서류와 그들이 하는 말에 근거해서 지원자를 판단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원자가 회사를 기망할 동기는 충분하다 못해 넘친다.

때문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서류전형, 인적성, 수 차례의 면접도 모자라 최근에는 합숙면접, 등산면접 같은 괴이한 방식의 면접들도 많이 생겼다. 이런 방식을 활용하면서도 회사는 채용에 실패한다. 수많은 신입 사원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직하고, 조직의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어서...)



(노트)

그렇지만 회사는 지원자에 대해 알기가 어렵다. 


 회사도 나를 모르고, 나도 회사를 모른다.

인간관계는 정말 중요하다. 아부를 떨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내가 누군가에게 추천해줄만한 사람인지, 구린 놈은 아닌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여러 개의 필터로 지원자를 거르고, 그 과정에서 가장 일을 잘할 수도 있는 놈이 걸러져나간다.

그게 나일 수도 있다, 인간관계는 나를 회사에 넣어주지는 못하지만, 때로는 그 필터를 치워주기는 하는 것 같다. 다시 한 번, 누군가가 나를 망설임 없이, 부끄럼 없이 추천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지. 누군가가 나를 다른 곳에 추천한다고 하더라도 내 자신에게 부끄럼 없이, 당당하게 고맙다. 부탁한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내가 되어야지.


4) 경력직 면접은 신입 면접과 다르다. 내가 어떤걸 잘해요. 나는 어떤 사람이에요를 넘어서, 내가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도 확신이 있어야 한다. 어떤 직급, 어떤 연봉을 받고 싶은지. 적절히 거시기해야겠지만.

막상 될 것 같으니 두렵다. 한동안 편하게 살았는데, 다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 불행하다고 여기지 않을까. 어떤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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