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도 없는 내용인데 제목만 거창하게 지어봤다. 이번 글은 이직이나 커리어와 관련된 글은 아니다. 추석 연휴 중간의 영업일에 휴가가 생겼는데 집에서 혼자 빈둥거리기가 뭣해 충동적으로 제주도에 다녀왔다. 혼자 서핑도 하고, 동행 친구랑 식사도 하고, 같은 숙소를 쓰는 분들과 한 잔 걸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떠오른 "기억의 보존을 위한 SNS의 활용" 이랄까. 기존에 쓰던 글에서 이어지는 내용은 초안을 대충 써놓고 여러 달째 올리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올릴 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이다. 사소한 일들은 물론이거니와 꽤나 비중이 있을 법한 일들도 쉽게 잊는다. 다행히도 나쁜 기억력에도 장점이 있어서, 상처나 아픈 기억들도 쉽게 사라진다. 힘들었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멀쩡하다. 실실 웃으면서 "그때 엄청 힘들었었던 것 같은데..." 라고 할 수 있게 된다. 크게 모나지 않은 성격도 어쩌면 일정 부분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나쁜 기억력이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갉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번 연휴에 있었던 일이다. 압쥐와 얘기를 하다 문득 예전에 본 국제시장이라는 영화를 압쥐께서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영화를 보셨냐 물었더니, 나랑 같이 보셨단다. 그때서야 "그랬던 것 같기도 하네" 싶었다.
그냥 영화 한 편 본 일이라면 잊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사소한 영화 관람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수십 년 동안 영화관 걸음을 끊으셨던 아버지를 영화관까지 모시고 가서 본 영화였기 때문이다. 불과 두 해도 지나지 않은 일이고, 이마저도 선명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여행지에서 만난 한 친구는 이 얘기를 듣고 치매가 아니냐며(...) 요즘 젊은 사람들도 치매가 많단다(...)
내 기억력을 어떻게 할 수는 없을테다. 하지만 앞으로 있을 소중한 기억들을 손아귀 속의 모래처럼 날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른 수단을 활용하기로 했다. 괜히 민망해서 잔뜩 있는 사진도 올리질 않던 SNS를 조금 더 활발하게 써보기로 했다. 사진도 좀 더 찍고, 별 의미 없는 사진도 올리고, 그때 느낌이 어땠는지 가볍게라도 써서 일기처럼 남겨볼 생각이다. 하나 둘씩 올린 사진들을 가끔 훑으면 내 망각 곡선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고 그때의 추억들과 기분도 떠오르게 되겠지.
내가 치매 환자인지 의심했던 그 친구가 1년 동안 사용했던 스마트폰에는 6천 장의 사진이 저장되어 있었다. 찍은 만큼 많이 올렸는데, 그 친구 인스타를 보니 첫 업로드 이후에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되더라. 많이 찍고 많이 올리면 조금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지 않겠냐는 그 친구의 조언을 따라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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