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창업에 부쩍 관심이 많아졌다. 앞서 읽었던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에서 영향을 받기도 했고. 내가 나 자신의 사업을 하는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는 이유를 간단히 말하면, 부를 얻기 위함이다. 그러다 보니 오직 부를 좇으려는 목적의 사업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부의 추월차선이라는 책에서도 "돈 자체를 좇지 마라. 돈을 좇는 자에겐 부가 다가가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켜라. 자연스레 부는 따라올 것이다"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그런 내 생각을 다시금 부끄럽게 해주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책 제로 투 원(Zero to One)은 페이팔을 창업하고, 스타트업 투자자로 활동하고 있는 피터 틸이 혁신적 기업을 만들어 내는 원칙에 대해 쓴 책이다. 이 책은 아래와 같은 서문으로 시작한다.
0이 1이 되려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 번 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앞으로 그 누구도 컴퓨터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는 없다. 검색엔진을 만들어서 제2의 래리 페이지나 세르게이 브린이 될 수도 없으며, 또다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도 없다. 이들을 그대로 베끼려는 사람이 있다면 정작 이들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의 모형을 모방하는 게 더 쉽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일을 다시 해봤자 세상은 1에서 n이 될 뿐이다. 익숙한 것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 세상은 0에서 1이 된다. 창조라는 행위는 단 한 번뿐이며, 창조의 순간도 단 한 번뿐이다. 그 한 번의 창조로 세상에는 나설고 신선한 무언가가 처음으로 생겨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이 어려운 과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무리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해도 미국 기업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물려받은, 늘 하던 그 사업을 개선하고 또 개선해서 쥐어짤 수 있는 건 다 짜냈을 때 그때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오늘의 '모범 사례'는 우리를 막다른 길로 이끌 뿐이다. 우리를 성공으로 이끼는 것은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새로운 길이다.
이미 존재하는 사업을 조금 개선함으로써 발생하는 작은 돈을 생각하고 있던 나 자신이 새삼 부끄러워지는 서문이다.
어쨌거나, 저자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기업을 이룩하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들을 제시한다. 틸이 제시하는 원칙들은 "경쟁은 이로운 것이다"와 같은 해묵은 금언을 부정하기도 하고, "스타트업을 로또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일갈을 날리기도 한다. 창업에 관심이 있거나, 꼭 그렇지 않더라도 혁신적 기업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덧. 중간 중간 지루한 부분들이 좀 있다.
[하이라이트]
- 대학생들은 몇몇 전공 분야에서는 고도의 전문적 기술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정작 그 능력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 신생기업이란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기 위한 당신의 계획을 납득시킬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람들이다. 신생기업이 가진 강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로운 생각이다. 새로운 생각은 민첩함 보다도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규모가 작아야 생각할 공간이 생긴다.
-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네트워크 효과가 필요한 사업들은 특히나 더 작은 시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페이스북은 처음에는 겨우 하버드 대학생들 사이에서만 사용되었다.
- 이베이 파워셀러들에게 집중적으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3개월 후 우리는 이들 중 25퍼센트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수백만 명의 주의를 끌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정말로 우리 제품이 필요한 기천 명에게 접근하는 편이 훨씬 쉬웠다.
- 비니 베이비 거래를 독점하게 된 후에도 이베이는 곧장 특정 시장으로 뛰어들지 않았다. 서비스를 계속하면서 온라인 거래를 하기에 가장 믿을 만한 사이트가 되기를 기다렸다.
- 2006년 7월, 야후가 페이스북을 10억 달러에 사겠다고 제안했을 때 나는 우리가 적어도 고려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사회실로 걸어 들어온 마크 저커버그는 이렇게 선언했다. "자, 여러분. 오늘 회의는 그냥 형식적인 거예요. 10분도 걸리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팔 수는 없죠." 마크는 자신의 회사를 어디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야후는 그렇지가 못했다. 미래가 제멋대로 펼쳐질 거라고 보는 사람들의 세상에서는 훌륭하고 명확한 계획을 가진 회사가 언제나 과소평가될 수밖에 없다.
- 부실한 기초 위에 위대한 기업을 세울 수는 없다
- 여러 사람이 뭉치지 않고 0에서 1이 되기는 매우 어렵다
- 이사회는 작을수록 좋다. 이사회가 작을수록 이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효과적으로 감독하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그렇게 효과적이라는 것은 경영진과 어떤 충돌이 생겼을 때, 작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힘으로 맞설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사회를 현명하게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다. 이사회에 속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이사 한 명이 눈엣가시가 될 수도 있고, 나아가 회사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 사람들이 무언가에 온전히 헌신하려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 만약 어느 기업가가 내게 투자를 청하면, 나는 그에게 스스로에게 얼마의 보상을 지급할 생각인지 물어본다. CEO에게 주는 돈이 적을수록 회사는 더 좋은 성과를 낸다. 이것은 내가 수백 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알게 된 가장 뚜렷한 패턴 중 하나다.
- 신생기업들이 높은 연봉을 줄 필요가 없는 것은 더 좋은 무언가를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자체의 부분적 소유권 말이다. 주식이라는 형태의 보상은 사람들이 미래의 가치를 창조하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데 효과가 있다.
- 마피아를 만들어라: 처음부터 나는 페이팔이 거래 관계가 아니라 단단히 엮인 관계가 되길 바랐다. 나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튼튼해지면, 단순히 사무실에서만 더 행복하게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페이팔을 넘어 우리의 커리어에서도 더욱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우리는 실제로 즐겁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따.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특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해야 했다. '페이팔 마피아'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회사가 성공하려면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는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새로 고용하는 사람들 역시 모두 이 일에 똑같이 사로잡혀 있어야 했다.
- 경영자로서 페이팔에서 내가 가장 잘한 일은 회사의 모든 사람이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책임을 지게 한 것이었다. 모든 직원의 그 한 가지는 고유한 업무였고, 그래서 모든 직원은 내가 그 한 가지만을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결과, 충돌이 줄었다. 회사 내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대부분 같은 책임을 놓고 동료들끼리 경쟁할 때다. 신생기업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특히 높은데, 왜냐하면 회사의 초기 단계에서는 업무 역할이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경쟁을 제거하면 모든 사람이 단순한 직업 관계를 넘어 장기적인 관계를 형성하기 쉬워진다.
- 가장 열렬한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오직 소속 구성원들과만 어울린다. 가족도 무시하고 바깥세상을 저버린다. 그 대신 그들끼리는 강한 소속감을 경험하며... ... ... 하지만 기업가라면 극도의 헌신적 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에 미적지근한 태도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는 신호일까? 그저 직업적인 태도만 취하는 것이 유일하게 이성적인 접근법일까? ... 최고의 스타트업은 조금 덜한 정도의 광신 집단처럼 보일 수도 있다.
- 유통은 오히려 제품의 디자인에 반드시 필요한 일부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했지만, 효과적으로 팔 수 있는 방법을 발명하지 못했다면 사업성은 형편없는 것이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소용없다. ... 뛰어난 세일즈와 유통은 그 자체로 독점을 만들어낼 수 있다. 심지어 제품 차별성이 전혀 없더라도 말이다. 제품이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강력한 유통 계획으로 뒷받침해줘야 한다.
- 1990년대의 대표 아이디어는 "인터넷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인터넷 기업들이 정확히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고, 다른 아이디어는 없었다. 기업가는 거시적 차원의 통찰에서 이익을 창출할 수는 없다. 자신의 사업 계획 역시 거시적 규모로 시작되는 게 아닌 이상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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