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도 무엇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하는 날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들이 점점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사실 원인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다. 일에서의 불만족이다. 일 년이라는 시간 넘게 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일에서 느끼는 동기부여가 심히 부족하다. 내가 주인의식을 느끼면서 몰입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더 나아지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결국 이런 상황은 나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성장 없이 정체되어서 결국 도태되고 마는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회사에서 성장을 얻지 못하기에 결국 다른 곳에서 성장을 찾게 된다. 퇴근 후나 휴일 같은 남는 시간에 내 성장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 당연히 휴식의 중요성을 알고 있지만, 여유 시간에라도 무언가 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런 목적 없이 무언가에 몰두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도 활용할 곳이 없다. 경제와 산업에 대한 분석도 무의미하다. 영어 공부는 해서 무엇하겠는가. 결국 오랫동안 집중하지 못하고 중독성 강한 스마트폰과 게임에 한눈을 팔게 된다.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의식도 따라온다.
결국 문제는 나 자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어 있다. 기회도 도처에 널려 있다. 다만 내 의지가 부족할 뿐이다. 그렇지만, 항상 실패하는 일을 두고 내 자신의 의지만을 거듭 탓하는 것은 딱히 현명한 방법은 아닌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자신이 무언가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나 자신과 주위 환경을 조작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동기부여나 책임의식을 지닐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나 자신을 밀어넣는다거나 하는.
큰 돈을 들여서 한 번에 학원 수강 신청을 하는 것. 상사에게 요즘 일에서 느끼는 지루함을 털어놓는 것. 퇴사하는 것. 생산적인 일을 하는 모임에 들어가 나 스스로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 그 어떤 것이든 방법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내 자신에 대해 배운 것이 있다면, 나는 스스로 동기부여되는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자신에게 책임이 주어졌을 때, 남과 함께 무언가 할 때 더욱 달아오르는 사람이다. 언제까지고 "왜 나는 혼자서 이루어내지 못할까"하고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 나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 한계 내에서 무언가 이루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덧) 사실 이 또한 오래된 생각이지만, 아직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곧 나만의 무기를 갖추어야 할 나이인 서른을 바라보고 있기에, 조급함은 더 크다. 끓는 냄비 속에서 요행만을 기대하는 개구리와 같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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